병원에서 "혈압이 좀 높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그래도 140은 안 넘었으니까 괜찮겠죠?"
그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한 적 있으신가요.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혈압 분류 체계를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단순히 숫자가 바뀐 것이 아니라 고혈압으로 가는 길목을 더 촘촘하게 구분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예전에 정상이라고 했는데 왜 지금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냐"는 분들을 종종 마주칩니다. 기준이 바뀐 걸 모르고 계셨던 겁니다.

혈압 분류가 달라졌다, '주의혈압'이라는 새 개념
2022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의혈압이라는 단계가 새로 생겼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정상혈압과 고혈압전단계 사이에 별도 구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침에서는 수축기혈압 120~129mmHg이면서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인 경우를 '주의혈압'으로 따로 분류했습니다.
왜 굳이 이 구간을 나눴을까요.
학회의 설명은 명확합니다. 이 구간에 속한 사람들이 향후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지금 생활습관을 바꾸면 약 없이도 예방이 가능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
약을 쓰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셈입니다.
아래 표는 2022년 대한고혈압학회 기준 혈압 분류입니다.
자신의 수치가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분류 | 수축기혈압(mmHg) | 이완기혈압(mmHg) |
| 정상혈압 | 120 미 | 그리고 80 미만 |
| 주의혈압 | 120~129 | 그리고 80 미만 |
| 고혈압 전단계 | 130~139 | 또는 80~89 |
| 고혈압 1기 | 140~159 | 또는 90~99 |
| 고혈압 2ㄱ | 160 이상 | 또는 100 이상 |
위 기준은 2022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기준이며, 진료 환경과 개인 상태에 따라 의사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혈압 진단 기준 자체인 140/90mmHg는 유지되었지만, 그 아래 구간이 더 세분화된 것이 핵심입니다.
병원 혈압이 높다고 다 고혈압이 아닌 이유
제가 현장에서 자주 접한 또 다른 혼선은 측정 장소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였습니다.
진료실에서 재는 혈압과 집에서 재는 혈압의 고혈압 판단 기준은 다릅니다.
진료실 혈압 기준으로는 140/90mmHg 이상이 고혈압이지만, 가정혈압 기준으로는 135/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판단합니다. 집에서 잰 혈압이 진료실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이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때문입니다.
백의고혈압은 병원에만 오면 긴장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진료실에서는 140mmHg가 넘어도 집에서는 정상인 패턴입니다. 반대로 가면고혈압은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나오지만 일상에서는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가 더 위험합니다. 병원 결과만 믿고 관리를 안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2022 진료지침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해 진료실 혈압과 함께 가정혈압, 24시간 활동혈압을 종합적으로 보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어도 집에서 재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기관 안내에서 잘 강조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고혈압 유병률과 관리율이 의미하는 것

질병관리청이 2025년 발간한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0.0%입니다.
성인 5명 중 1명이 고혈압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중 고혈압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71.2%에 그쳤습니다. 약 30%는 자신이 고혈압인지 모른 채 지낸다는 뜻입니다.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은 66.9%, 실제로 목표 혈압에 도달한 비율은 유병자의 절반 수준인 50.4%였습니다.
이 수치가 불편한 이유는 고혈압 관리 체계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혈압을 매번 측정하고, 무료 확인 진료 제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검진 이후 지속적인 혈압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질병관리청)에서는 남자 40대의 고혈압 유병률이 전년 대비 2.9% 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50대 남성의 비만율이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40세 이상이라면 혈압 측정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2022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40세 이상,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전단계 또는 비만인 경우 매년 진료실 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2년마다 오는 국가건강검진만 기다리기보다 중간에 한 번씩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가정혈압 측정은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 화장실을 다녀온 뒤, 앉아서 1~2분 안정 후 측정하는 것이 표준에 가깝습니다. 2022 진료지침에서도 이 방식을 통한 가정혈압 모니터링을 권고합니다.
측정값이 135/85mmHg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한다면 진료실 방문을 통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것은 진단이 아니라,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마치며
저는 혈압에 관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130대인데 140이 안 되니까 괜찮죠?"였습니다.
그 질문 속에는 140/90mmHg라는 숫자가 마치 절대적 기준처럼 자리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진료지침이 말하는 건 다릅니다. 130대에 들어섰다면 이미 고혈압전단계이고,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수치가 경계선 아래에 있다는 것과,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간격을 좁혀서 이해하는 것이 결국 심뇌혈관질환 예방의 출발점입니다.
본 글은 의료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으며, 개인 건강 상태와 관련된 모든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
- 질병관리청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 질병관리청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 보건복지부
-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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